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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앵벌이
이번 건은 이주노동자에 관한 스토리이므로 세계 밸리로 보낸다. 물론 앵벌이가 일반적 의미의 노동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될 것 같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넘어가자ㅋ

건강한 방학을 보내기 위해 1교시로 신청한 계절학기를 듣고 집에 오는 길의 환승역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후줄근한 남자가 한 명 다가오더니 뭐라고 지껄여대기 시작한다. 굳이 지껄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러한 용례가 아니고서는 그 분위기를 전달할 수 없을 거라는 염려로. 아니 아무래도 그건 상관없고. 뭐라고 지껄이시는지 알아듣지 못한 터라 이어폰을 빼내어 귀를 기울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알아듣겠는게 아닌가. 드디어 내게 난청이라는 이름의 시련이 다가온 것인가 하고 잠시 우울해했지만 뭐라고 필사적으로 웅얼대는 남자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내 개인적인 상실감은 잠시 미뤄두어야 할 것 같아 상대를 해 주기로 했다. 얼마간 집중을 해 보자니 차비가 없으니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요약 가능한 장광설이었다. 지하철역에 들어와 있으면서 차비를 달라는건 시방 날 물로 보는 것인감 하는 불끈한 생각이 치솟았지만 아 환승할 버스삯이 없는 것이겠구나 하는 나름 관대한 상상력을 펼쳐서 한 마디 해 주었다. 미안한데 내가 현금이 없어. 그리고 뭐 글 서두부터 짐작하셨다시피 이 후줄근한 자는 용모로 판단하건데 남방계 아시아 출신의 자인데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언어활동에 무리가 없다고 보기는 애매한 환경에 처해 있는 자라고 판단이 되는, 즉 말이 안 통하는 경우가 아닌가. 기계적으로 나는 돈이 없으니 너는 내게 천오백원을 주어야 하며 네가 나를 믿지 않을 수도 있으나 나는 네게 나의 핸드폰을 맏길 의향도 충분히 있으니 너는 나를 믿어야 하며 그러므로 당장 내게 차비로 사용할 천오백원을 주어야 할 것임-이라는 내용으로 축약 가능한 일련의 문장들을 주워섬기는 것을 보니 이는 한국어를 충분히 자유롭게 구사 가능한 2인 이상의 조직적 뒷배경이 존재하는 기업형 앵벌이의 현장이며 이 남자는 그 말단 행동대원일 것이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미처 짐작할 수 없던 것이 있었으니 정확히 여섯 번(그 직후에 차량이 승강장으로 들어왔다.)을 주워섬긴 후- 물론 나는 최초의 접근에서 의사소통불능의 가능성을 탐지하여 더 이상의 발언을 삼가하고 있었으며 이것이 그의 분노를 가일층 강하게 하였는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하고 있다- 제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정으로 표현하며 동시에 오른 손에 쥐고 있던 오늘 자 중앙일보를 돌돌 말아 치켜세우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동시에 능숙한 한국어로 된 욕을 다시금 가열차게 주워섬기는 것이 아니던가. 아 순간 주먹 나갈 뻔 했음. 위험.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익히고 있는 것 보니 여간 치밀한 놈들이 아닐 수 없다고 짐작하고 그 남자가 막 들어온 그 차량에 탑승하는 것을 보고 다음 차량을 기다리기로 작정하였다.

뭐 비교하기엔 우습기도 하지만 테러에 대한 공포가 외국인에 대한 공포로 전염되는 과정을 왠지 모르게 알 것 같기도 하고. 말이 안 통하는 폭력이라는 건 폭력의 공포를 그 이상으로 부풀리는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 그 남자는 비실비실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그 신문 만 사이에 날붙이라도 있었으면 난 찔렸을려나ㅋ
by 도박면상 | 2009/07/08 13:40 | 개 소 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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